안성시가 미양면, 서운면 일대에 조성 중인 제4산업단지에 하림 도축․가공시설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안성지역의 정당, 시민사회단체, 농민단체, 축산단체, 환경단체 그리고 지역 주민들은 한 마음 한 뜻으로 이를 저지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지금까지 황은성 안성시장님은 수차례에 걸쳐 ‘시민들이 원하지 않으면 유치하지 않겠다.’ 그리고 ‘현재는 하림의 제안서가 들어와 있을 뿐이지 아무것도 결정 된 것이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안성시가 추진해 온 과정을 보면, 김병준 지역경제과장을 앞세워 마치 하림의 대변자를 자청하듯이 모든 일을 앞장서서 대변하고 있어 그 진실성을 의심케 하고 있으며, 견학단의 구성과 보고서의 문제점, 공청회를 비롯한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의 문제점 등 수 많은 사회적 문제를 파생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안성시민들을 무시한 무리한 사업 추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히는 바입니다. 1. 새로운 사업의 유치는 주민들의 생업을 위협해서는 안 됩니다. 안성은 2002년 구제역 발생으로 소와 돼지 약 4만두를 살처분 매몰하고, 2003년과 2007년 2008년 3차례나 AI(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여 닭과 오리 수십만 수를 살처분 매몰하는 등 커다란 홍역을 앓았습니다. 구제역이나 AI가 발생했거나 발생농장과 가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식같은 가축을 생매장해야하는 축산 농민들의 심정을 당해보지 않고서 누가 알겠습니까?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안성시 당국이 축산 규모와 비중이 매우 큰 안성에 소, 돼지, 닭, 오리 등 모든 가축을 처리하는 도축장과 육가공장을 유치하려 한다는 사실에 1만여 안성지역 축산업 종사자들은 분노와 경악을 금할 수 없습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사업입니까? ‘대기업 유치’라는 눈앞의 성과에 얽매여, 대대로 지역사회를 지켜온 축산농민들을 커다란 위험에 빠뜨리는 ‘도축장’ 유치를 우리는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2. 안성시의 주장은 허점과 거짓말투성이입니다. 안성시는 하림의 사업의향서를 검증하기 위해 덴마크와 필란드의 도축가공시설 견학을 추진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견학단은 대표성이 없는 개인들로 구성되었고, 하림이 제공한 프로그램에 따라 수박겉할기식 견학을 하였으며, 보고서 내용 중에는 육가공품수송냉장차량을 가축수송차량으로 표시하는 등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이 있었고, 하림 익산공장 견학과 같은 실질적인 검증 프로그램은 아예 포함시키지도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안성시는 ‘도축장에서 가축 전염병이 발생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도축장은 가축을 사육하는 곳이 아니므로 전염병 발생지가 아니라 ‘오염원이 모여 전염병이 전파되고 확산되는 곳’입니다. 하루에 200여 대의 가축 수송차량과 육류 운송차량이 모이고, 2,500여 종사자들이 매일같이 드나드는 초대형 도축장이 ‘소독을 하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안성시 당국의 안이한 생각이 참으로 놀라울 뿐입니다. 2010년 10월에 농림수산식품부가 발표한 『구제역긴급행동지침서』에는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의 가축이 출하된 도축장은 14일 이내 이곳을 방문한 모든 방문객과 차량의 이동 경로를 역추적하여 방역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농림수산식품부-구제역긴급행동지침서 105쪽> ■ 발생농장의 출하가축을 도축한 도축장 - 발생일 기준 과거 7일 이내에 출하된 가축이 도축장에 계류되어 있는 경우 당해 계류가축 전두수를 지체 없이 살처분 - 발생일 기준 과거 7일 이내에 출하된 가축이 도축되어 지육 등 상태로 보관 또는 판매중인 경우에는 발생농장과 같은 날 도축된 물량만 폐기 - 발생일 기준 과거 14일 이내에 출하가축을 도축한 도축장을 방문한 차량 또는 사람이 출입한 다른 농장에 대하여는 차량 또는 사람이 마지막 방문한 날부터 14일 이상 이동제한 조치를 하고, 함께 사육하고 있는 감수성가축에 대하여 임상검사를 실시하고 이상증상 발견 시 정밀검사 실시 3. 과장된 기대효과와 축소된 피해 상황 안성시의 검토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기대효과는 과장하고,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은 축소 은폐하고 있습니다. 하림에서 그렇게 완벽하다고 주장하는 데니쉬 크라운은 2005년에 완공한 도축장으로, 우리나라의 도드람 양돈농협이나 서울우유 협동조합과 같이 축산농민이 출자하여 설립한 협동조합의 연합조직입니다. 하림은 축산농민의 출자와 전혀 무관한 일반 민간기업체로서 하림의 익산공장은 2003년 대형 화재로 2005년에 새로 준공한 시설인데, 왜 같은 해에 준공한 가까운 하림 익산공장은 내버려 두고 이역만리 덴마크까지 가서 견학을 하는지 이해 할 수 없습니다. 데니쉬 크라운이 대지145,000평에 건축면적 24,800평, 약 1,500명이 일을 하는 시설인 반면, 하림은 대지 27,500평에 건축면적 46,500평, 약 2,500명이 일하는 밀집화된 시설인데 어떻게 소음, 악취, 교통 혼잡, 지하수 부족, 폐수처리, 방역 등 모든 문제가 데니쉬 크라운처럼 운영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단 말입니까? 데니쉬 크라운의 시설 투자액이 2005년 기준 7,500억 원인데 반해 하림의 시설 투자액은 2010년 기준 2,000억원으로 약 4분의 1에 불과한데 데니쉬 크라운 보다 훨씬 좋은 시설을 짓겠다는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단 말입니까? 하림의 입주로 인해 인근 지역의 지하수 부족 사태는 불을 보듯 뻔하고, 장기적으로 지하수 고갈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것입니다. 혹시 구제역이나 인수공통전염병인 AI(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가축 전염병이 발생 또는 전파되어 인근지역 가축을 대규모로 살처분해야 할 상황이 오면 지하수 오염은 물론이고,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환경적 재앙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를 간과하고 고용의 질도 낮은, 대부분이 비정규직 단순 근로자인 허울 좋은 고용효과에 현혹된다면 몇 년 지나지 않아 안성시 당국은 물론이고 업체 또한 시민들의 원성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내실도 없고, 오히려 지역경제를 위기로 몰고 갈 ‘하림 도축 가공시설’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안성지역에 설립된 1-2-3산업단지는 입주율 100%로 이미 입주가 완료되었고, 평택음성간고속도로와 제2경부고속도로 등 교통망 확충으로 매력적인 산업단지로서 더욱 유리한 조건을 마련해 가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과 모든 축산인들이 극구 반대하는 혐오시설, 위험시설에 목숨 걸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안성이 친환경적인 예술 문화의 도시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벽제 화장장처럼 안성맞춤 도축장이라는 멍에를 안고 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한 푼도 지원하지 않는 도축장’ 보다는 오히려 ‘많은 예산지원을 해서라도’ 주민들이 환영할만한 기업을 적극 유치하는 것이 안성시민의 진정한 바람일 것입니다. 우리도 안성에 대기업이 들어오는 것을 환영하고 찬성합니다. 안성 제4산업단지에 어떤 대기업이 들어오느냐에 따라 산업단지의 풍경이 달라질 것입니다. 자동차 공장이 들어오면 주위에 자동차 부품 공장이 따라 들어올 것이고, 파주처럼 대형 LCD공장이 들어서면 LCD 관련 협력업체들이 입주하게 될 것입니다. ‘고용효과’라는 단순논리에 매여 안성지역 산업 구조를 왜곡시킬 수도 있는 ‘하림의 초대형 도축장’을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황은성 시장님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2010년 11월 12일 하림 도축․가공시설 유치를 반대하는 안성지역대책위원회 (위원장: 최 덕희 / 연락처: 011-329-7300) |